다녀온날 : 2017년 3월 5일
변산바람꽃
봄 이성부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더디게 더디게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마침내 올 것이 온다 .
너는 온다 . 너를 보면 눈부셔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기웃 거리다가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지쳐 나자빠저 있다가 껴안아 보는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 〈1974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