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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산(智異山)...

by 산인(山人) 2016. 6. 4.



가을을 준비하는 지리산 ...





















산행개념도





2009년 8월 29일(토) 날씨는 구름조금 연무로 인하여 시야는 선명치가 않았다

새벽 5시 10분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중산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준비 한다

법계교와 야영장을 지나 숲속으로 접어드니 숲속의 아침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어두운 검정색이 더 많다

곧 날이 밝아올 것 이라는 생각으로 랜턴은 켜지도 않고 조심스런 발걸음을

한걸음씩 옮겨 놀는다

칼바위를 지나고 밥계사와 장터목으로 가는 갈림길에 선다

아내에게 묻는다. 오늘은 장터목으로 한번 올라가 볼까 ?

산행지 결정권과 등산에 대한 모든 권한을 다 쥐고 있는 자가

뭘 재삼 물어 오는가 하는 눈치다.

이럴 땐 재빨리 행동으로 대처 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식당에 가서 당신 오늘 뭐 먹고 싶어 물으면 그날은 꽝이다”

대부분 여자들의 마음은 남편이 미리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 결정해 놓고

처음부터 오늘 00 먹으러 가자 이렇게 하는 걸 제일 좋아 한다

물론 산행은 체력과 코스의 난이도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지만

수없이 와본 지리산 코-스에서 아침부터 실수를 한 것 같은 느낌 ㅎㅎㅎ







좌측으로 계곡을 끼고 장터목 오르는 길은

계곡에서는 시원한 물소리가.. 길섶엔 향긋한 산죽내음이 연신 코를 자극 한다

출렁다리도 건너고, 철계단도 오르고 드디어 하늘이 열린다




파란 하늘을 머리위에 이고 선다

중산리를 출발하여 1시간 30여 분만에

숲속길과 계곡길 벗어나 해발 1,100m 홈바위교 아래에 도착 한다

지리산 주능이 보이고 제석봉도 보인다

이곳에서 보면 지리산 최고봉의 천왕봉의 살점들을 깊게 도려낸 듯한 상흔을

보는 것 같아 사뭇 가슴이 아프다

하늘은 대한민국 뚜렷한 사계(四季)의 자랑 파란 가을 하늘이다

기분좋은 하루가 열리는 순간

상류계곡에서 지난 태풍 때 휩슬려 내려온 크고 작은 바위 너덜지대

이 길 지나는 사람들이 그 위에다 작은 돌탑을 수없이 세워 놓았다

다들 무슨 소망 빌고 세웠을까 ?

저 많은 돌탑들은 내가 모르는 많은 소망의 비밀을 간직한 채

스산한 계곡바람 맞으며 말없이 꿋꿋이 서 있다





유암폭포는

크기는 비록 10m 도 안되지만

아담한 느낌이 드는 매끈한 폭포수였고, 명칭도 그렇지만 마치 기름칠을 한 듯 매끌매끌한

바위위로 거침없이 물줄기가 쏱아 져 내렸고 실제로 유암폭포의 물을 보면

기름이 둥둥 뜨기도 했다고 문헌에 전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998년 지리산 대 폭우때 위에서 굴러 내려온 돌들로

메워져 버리고 이제 간신히 턱만 내밀고 있어 사실상 폭포로서의 생명은 다해 버린 듯

유암폭포 아래에서 조촐한 아침식단을 준비 한다

천왕봉과 제석봉을 어루만진 시원한 바람은 통신골 계곡을 훑어내려

아침식사를 하는 우리부부를 추위에 떨게 한다


땀이 식으니 온몸을 한기가 엄습 한다

사과 한개 꺼내 반쪽씩 입에 물고 추위를 이겨 내기위한 몸놀림을 시작 한다

이제부터 장터목 대피소 까지 급경사 돌계단길이 이어지고 ...





흰진범




투구꽃




장터목 대피소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젊은 등산객 한분이 스치면서 인사를 건낸다

모르는 사람이라 그냥 인사만 받아주고 스쳤는데

그분 몇 발짝 아래로 내려서서 혹시 산하에 산행기를 올리는 분 아니십니까 하고 물어온다

순간 아차 내가 산행기에 무슨 글 실수를 했는가 싶어 가슴이 철렁...


대화가 오가고 나는 잘 모르지만 같은 동향이고 후배였다 .그분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산행기 게시판에 자주 들리는 분이고 대번에 내 얼굴을 알아봐 주었다

인터넷의 위력이 지리산에서도 그 효력을 유감없이 발휘 한다

부산에서 무박으로 와서 새벽 2시30분에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일출을 보고

한참 놀다가 하산하는 중 이라고 한다

그날 저를 알아봐 줘서 너무 반갑고 고마 웠습니다

고향에 들리실 때 연락 주시면 쓴 이슬이나 한잔 나누지요 ㅎㅎㅎ





장터목 대피소에 올라 선다

대피소는 이름에 걸맞게 항상 장날같이 만원이다

대피소 주변에는 산오이풀.구절초 등 가을 꽃들이 한창 아름답게 만발하여

1,000m가 넘는 고산지대답게 벌써 가을이 스미고 있다

바람은 서늘하여 등산객들의 쟈켓을 입게한다








대피소에서 천왕봉 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진 많은 등산객들 사이에 끼어

쉬엄 쉬엄 천왕봉을 오른다

조망산행을 기대 하였건만 주능에 올라서니 하늘은 희뿌였고 산 그리매가 잘 보이질 않는다




가을꽃과 지리 주능 (제석봉 풍경)




위엄을 갖춘 천왕봉은




제석봉에서 힘겹게 올라온 계곡을 내려다 보고





용담도 꽃피울 준비를 합니다



통천문(通天門)

예로부터 부정한 사람은 이문을 오르지 못했다고 하는

하늘에 오르는 길목으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굴을 비집고 올라야하는 사납고 신성한 곳

천왕봉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곳인데 지금은 철사다리가 놓여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백무동과 한신지 계곡










천왕봉 오름길




천왕봉 오름길




천왕봉 주위에는 올해 유난히 산오이풀이 많이 보인다

사방을 둘러보고 쉼 호흡도 해보고 오늘은 여유 만만이다



천왕봉에서 지리주능을




남부능선




황금능선 구곡산 까지




↑ 웅석봉 달뜨기능선은 희미하다




천왕봉에 선다

정상석에 말없는 인사를 건내고 포옹한다

정상석도 변함없이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우리는 교감 한다

서로 보고 싶어 했고 또 이렇게 반갑게 만났다고 앞으로도 변치말고 만나자고 ...

수많은 방문객을 맞아야 하기에 만남의 순간은 짧았다

아쉬움 남기며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 주어야 만 했다

머지않아 게절이 바뀌어 고운 단풍옷으로 치장 할때 쯤

다시 한번 오겠노라고 無言의 약속을 하고

손도장. 눈도장디지털 기계로 된 사진까지 찍고 그래도 아쉬움 남아 뒤돌아보고 ...






중봉에도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칠선계곡에도 올 가을 멋진 옷으로 치장하라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고




중산리 방향 급경사 돌계단 내려섭니다







개선문(凱旋門)

천왕봉 서쪽의 통천문과 함께 천왕봉을 오르는 관문

통천문 처럼 신비스럽고 위엄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마치 개선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법계사를 지나 로타리 대피소에서 순두류로 하산 한다

망바위 내려가는 계단길도 싫을 뿐 더러 통상 그길 너무 많이 다녀서 식상하여

오늘은 변화를 주어 잘 가지 않던 길로 내려가 본다




하산하면서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올려다본 천왕봉과

아래로 흘러내린 깊은 마야계곡





가파른 너덜길 이어지다

향긋한 산죽길 이어지고 출렁다리와 철다리 두개 건너면

가을철 금빛으로 물드는 순두류 낙엽송길이다

피톤치드가 폐부 깊숙히 스며드는 숲길 걸어면 산행이 끝난다




순두류라는 명칭은

해발 900m 지대의 경사10도 정도로 전개된 3만여 평의 완만한 평지를 말한다

이름 그대로 두류산(頭流山)의 지세가 순하게 흘러 산속의 평원을 이룬 곳 이란 뜻이다

지금 이곳에는 경남도에서 운영하는 지리산 자연학습원이 들어서 있다




임도걸어 내려오면 자연학습원. 이곳까지 법계사에서 싱도들릐 편의를 위해 소형 셔틀뻐스를 운행한다.

1인 천원이상 시주금으로 차비를 받는다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그래서 요즘은 순두류 코스가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옛날에는 도보로 중산리까지 걸었지만 포장도로 걷기싫어 오늘은 차량을 이용 한다

주머니 뒤저보니 잔돈이 없어 거금 배추 한 잎 시주하고 편안하게

중산리 소형 주차장 까지 와서 산행을 종료 한다



새벽 5시20분에 출발하여 지금 11시40분 6시간 20분 약 12km를 걸었다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고, 가다가 힘들어 쉬고 싶으면 쉴 수 있고

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곳 갈수 있으니 마음의 안식처 그곳이 바로 山 이 아니 던가 ...

그 중 智異山 民族의靈山 오늘도 그 너런 품속에 안겼다 온다

자고나면 또 가고 싵은 곳 智異山 이다 .


                        2009년 8월 29일(마즈막 토요일)

                        지리산 산행을 마치고 ... 이 향 진

                        (제 275회째 산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