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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산..천왕봉의 파란하늘

by 산인(山人) 2016. 6. 4.


        



▲ 산속으로 들어 가기전 법계교 입구에서 올려다 보는 천왕봉 (07:49)


2011년 3월 4일(금) 날씨는 아주 쾌청하다

집안일 개인사정으로 지난 몇주간 산행을 쉬었다

평일을 택하여 지리산에 든다

아침일찍 온다고 나름대로 부산을 떨었지만, 8시가 다되어 가는시간

중산리 주차장에 차를 맡겨두고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지난 10월에 단풍 산행을 오고 올들어 처음 접하는 지리산이다

봄철 산불예방 기간이라 대부분의 등산로는 입산통제이고 이곳 중산리에서 법계사-천왕봉

장터목까지 입산 허용구간이다

천왕봉 오르는 최단거리 구간 이기도 하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제법 매섭다 귀가 짜릿하게 싸늘함이 전해온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등로에는 눈 녹아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다

지리산의 봄도 멀지 않은 듯 ...




▲ 칼바위 (08:15)


하늘을 향해 칼날처럼 뾰족히 솟아있는 바위다

원래는 하나이던 것이 번개를 맞아 두개로 갈라졌다고 한다




▲ 칼바위 지나 조금 올라오면 만나는 출렁다리

이 교량을 건너면 장터목과 법계사로 가는 갈림길이다

무릎이 좋지않아 망바위까지 계단 오름길이 싫지만 날씨가 너무좋아

파란 쾌청한 하늘을 빨리 보고파 망바위 코스를 택한다

돌계단길을 쉬엄 쉬엄 올라가니 땀이나기 시작하고 겉옷을 벗는다



▲ 망바위(08:51)

등산로 변에 서 있는 망바위 주변은 전망이 매우좋다

조선시대 김일손이 1489년 4월 22일 중산리로 해서 천왕봉에 올랐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그때는 이바위를 세존암(世尊巖)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 옛 문창대(文昌臺) 를 줌으로

3층으로 된 험준한 암석위에 깊이20센티 직경 40센티 가량의 돌 우물이 있어 늘 물이 괴어 있는데

이것을 일명 "천년석천(千年石泉)" 이라고 전해온다

전설에 의하면 부정한 자가 여길 오르면 비바람이 몰아쳐 떨어뜨려 버린다고한다

또한 산아래 주민들이 날이 가물면 이 물을 퍼 날으는데 그러면 곧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려서

이 돌 우물은 끝내 마르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 형제바위



▲ 로타리 대피소 헬기장에서 건너다본 써래봉 능선



▲ 로타리 대피소 기암



▲ 로타리 대피소(09:20)

순두류에서 올라오는 길과 망바위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 천왕봉을 향해 오르게 된다

햇볕은 따스하게 비치지만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보기에 으시시 하고 춥게만 느껴진다

대피소 위 법계사 일주문 아래 식수대는 꽁꽁얼었다

법계사 일주문 지나 천왕봉을 향한다



▲ 개선문 (09:57)

통천문과 더불어 천왕봉을 오르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입석바위로 지금은 한쪽이 붕괴되어있다

개선문(凱旋門)은 통천문과 함께 천왕봉을 오르는 관문인 셈이다

통천문 처럼 신비스럽고 위엄을 갗춘것은 아니지만 마치 개선하는 기분이 든다고 해서 붙여진이름

지금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천왕봉까지 꾸역꾸역 밀어닥친다.

산은 공평하다.

등산객이 사장이건 말단이건 잘났건 못났건 상관없이 오름의 노고를 요구한다



▲ 개선문 지나 보이는 천왕봉

날씨가 쾌청하여 마치 손 내밀면 닿을 듯하게 가깝게 보이는 천왕봉이다



▲ 선바위



▲ 천왕샘 지나 천왕봉 동쪽사면 올라가는 길에 햇볕은 따스하게 비춰 주지만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두꺼운 얼음이 녹기에는아직은 멀었다



▲ 천왕봉 오르는 마즈막 계단에서

턱에까지 차오른 가쁜숨 돌리며 올라온길 내려다 보며 가슴 뿌듯함을 느끼고

좌측에 아름답게 국사봉으로 뻗어내린 황금능선이 아름답고

중산리 계곡넘어 남해바다와 겹겹히 쌓인 산 그리매가 그림이다



▲ 천왕봉 정상(1,915m)-(10:31)

백두대간이 이어 내려온하늘 맞닿은끝자락

오늘따라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이리도 맑고 푸른지 ....

남한 내륙의 최고봉인 천왕봉(1,916.77m)을 주봉으로 서쪽끝의 노고단(1,507m), 서쪽 중앙의 반야봉(1,751m)등

3봉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로 100여 리의 거대한 산악군을 형성한 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지리산(智異山)

2011년새해 처음으로 지리산 산신령님께 올 산행 신고를 한다

지리산은 자신을 낯추는산. 겸허한 산이다

더한것도 덜할것도 없이 야생의 생명이 이어가고 꿈틀 대는곳

깊고 그윽한 지리산, 그 깊고 너른 품으로 모든것을 품어 안은산

그 어머니품속같은 지리산에 어리석은 중생이 오늘도 어리광 부리며 이곳에 섰다

다른때는 많은사람들로 붐벼 정상석 사진 찍을려면 줄을서야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는 천왕봉 정상이다황량하게만 느껴진다

칼바람이 불어 손이시리고 추워서 서 있기가 곤란하다

북쪽 함양방향과 남쪽 산청방향은 극과 극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몇 발짝만 남쪽으로 내려서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아무도 없는 천왕봉 정상에서 홀로 "유유자적( )" 하며 양지쪽에서 간식도 하고 한참의 휴식을

하고 있으니 두팀의 등산객들이 올라온다 자리를 내어 주고 장터목으로 내려선다



▲ 천왕봉의 묵상


▲ 중봉방향


▲ 멀리 진양호와 남해바다 , 사천 와룡산이 아련하고..



▲ 천왕봉에서 노고단 까지 시원하게 뻗어간 지리주능



▲ 아래 칠선계곡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봄을 기다리며 겨울잠에 빠저 있는듯 ..



▲ 중산리 계곡과 남해바다



▲ 영신봉에서 줄기를 뻗어내린 남부능선

그 뒤로는 광양 백운산이 병풍을 둘렀다



▲ 웅석봉과 달뜨기능선



▲ 반야봉과 서북능선

만복대에서 정령치 바래봉까지 선을 그은 서북능선



▲ 지리주능



▲ 천왕봉 서북 암벽



▲ 아쉬운 상고대



▲ 통천문 (11:19)

하늘로 오르는 길목인 이곳은 그 옛날 부정한 사람은 오르지 못했다고 전하지만

지금은 굴 안쪽으로 철사다리가 놓여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수 있다

겨우내 많은 눈으로 굴속까지 잔설이 가득하고 얼음이 꽁꽁얼어

철재 난간을 잡고 소심스럽게 내려와야 한다



▲ 통천문에서 제석봉 내려오는 음지사면에는 잔설이 남아있고

얼음이 숨어있어 아이젠이 필수



▲ 제석봉에서 보는 천왕봉 (11:37)



▲제석봉 전망대에서 다시봐도 시원한 주능



▲ 반야봉을 줌으로 당겨 보았다

눈속에 숨은 묘향대가 보일듯 말듯



▲ 제석봉 고사목과 파란하늘







▲ 먼 산의 수묵화



▲ 일출봉과 연화봉 그 뒤로 촛대봉이 고개를 내밀었다





▲ 장터목 대피소 (11:52)

올때마다 그렇게 많던 등산객들은 다 어디로 가고

한적한 대피소엔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뿐 한낯의 적막이 감돈다



▲ 장터목 대피소 내려 서면서 건너편의 일출봉 기암을 줌으로


▲ 장터목에서 선굵고 투박한 법천골로 내려서는 돌계단에는 눈이녹아

완전히 얼음으로 변하여 미끄러워 하산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게곡 내림길엔 시원한 경치나 시선을 끄는 볼거리가 없다.

계속 돌계단이 이어저서 아이젠을 찬 발을 디딜 때마다 불편한 마찰음이 난다.



▲ 계곡에는 두꺼운 얼음천국이다



▲ 하산 하면서 올려다 보는 제석봉과 파란하늘



▲ 유암폭포 (12:42)

1998년 폭우로 거의 턱밑까지 굴러 내려온 돌들로 메워저버려 폭포의 구실을 상실한듯

눈과 얼음으로 겨울잠에 빠졌다

여기에서 아이젠을 벗는다 이후 부터는 얼음이 없다



▲ 홈바위골과 홈바위교

계곡의 돌위에는 소망을 비는 앙증맞은 작은 돌탑들이 수없이 쌓아저 있다



▲ 꽁꽁 얼어붙은 중산리 계곡에 따스한 햇빛받아 눈 녹은 물 흘러 내리고

얼음장 밑으로 봄은 오고 있었다 오고야 말것이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하산 (13:47)

겨울 산을 찾는 산객은 이미 알고 있다.

산이 자신에게 내려와 주지 않는다는 걸

미끄러운 눈길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도 매서운 찬바람도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한발 한발 정직하게 걸어야 한다.

겨울 산에는 여느 계절에서 맛볼 수 없는 더 짙은 농도의 감동이 있다.

오늘 그 진한 감동을 느끼고 맛보는 지리산 산행이었다

2011년 3월 4일

지리산을 다녀와서 ...이 향 진